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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내 청춘 러브 코메디는 잘못됐다> 4권을 읽었다. 오랜만에 읽으니 뭔가 감회가 새로웠는데, 이번에 읽은 4권은 더더욱 예전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한때 이 파트를 읽으며 '역시 방학때 학교 행사에 엮이는 건 좀 아니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옛날에 덥고 푹 찌는 한여름에 학교에 와서 봉사, 청소, 합숙 비스무리한 거를 했었는데 딱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면서도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고, 같이 하는 친구들도 표정이 굳은채 빨리 시간을 지나가는 걸 기다리는 걸 보며 이런 악습(?)이 사라져야 한다고 혼자 망상을 했었는데, 요새는 안 하는 걸로 알고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어쨌든 작중에서도 여름방학을 맞아 임간 학교, 즉 초딩들 체험학습에 인솔자 겸 체험자로 참여하게 된 봉사부의 행적을 다루고 있었다. 평범하게 지나갔으면 좋겠지만, 전개를 위해서인지 좀 진지한 부분이 많은 에피소드였다.

무리에서 고립된 아이,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을 두고 갈등하는 봉사부와 인싸 무리들, 결국 (간접적으로) 악역을 자처하는 사람, 차마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이 등등 다소 무거웠지만 생각할 점이 많았다.

 

물론 어둡기만 한 건 아니였고, 중간중간 행사를 즐기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흥미를 자아냈다. 모종의 이유로 코스프레를 하게 되는데 설녀, 노출이 심한 악마 등등 자신들의 옷차림을 부끄러워하는 히로인들이 굉장히 귀여웠다.

 

그리고 물가에서 장난치고 혼자 우두커니 밤하늘을 바라보고 서로 다른 목적을 이유로 거리를 좁히는 등 이것이 청춘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묘사가 굉장히 좋았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뭔가 사건이 일어날 것 같다는 암시를 주며 끝나는데, 과연 다음 권에는 어떤 내용이 펼쳐질까? 궁금증을 참으며 책을 덮었다. 그리고 그걸 확인할려면 5권을 읽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상깊었던 부분을 적으며 끝을 맺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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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쩔 수 없다라……."

 그렇다. 어쩔 수 없다.

 분위기를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때문에 괴로움을 겪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어찌해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분위기와 대세는 거스를 수 없다. 본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취해야 할 때도 생긴다.

 "모두"가 원하니까. "모두"가 그렇게 하니까. 안 그러면 "모두"에게 버림받으니까.

 하지만 "모두"라는 녀석은 없다. 말하지도 않거니와 때리지도 않는다. 웃지도 화내지도 않는다.

 집단의 마력이 만들어낸 환상이다.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탄생한 마물이다. 개인의 치졸한 악의를 감추기 위해 창조된 망령이다. 소외된 자의 목덜미를 물어뜯고 집단 내부에 마저 저주를 흩뿌리는 괴물이다.

 한때 그도, 그녀도 그 피해자였다.

 그러므로 나는 증오한다.

 "모두"로 살아가라고 강요하는 세계를.

 누군가의 희생을 밑거름으로 성립하는 저열한 평온을.

 인간미나 정의조차도 은폐하여 악랄한 것으로 뒤바꾸어 놓고,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가시를 남기는, 단순한 기만에 지나지 않는 공허한 이상을.

 과거와 세계는 바꿀 수 없다. 이미 벌어진 일들과 "모두"는 바꿀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에 예속될 필요는 없다.

 과거는 버릴 수 있고, 세계는 망가뜨릴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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